회차 3
심우아 POV:
내가 그들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박용락의 사랑은 늘 맹효빈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는 것을. 희하의 순수한 애정은, 돈과 물질적인 유혹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변질될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지난 7년 동안, 그저 그들의 필요에 의해 존재했던 대체품에 불과했다.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은,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뿌려져 있었다.
나는 박용락의 대학 후배였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나는 한눈에 반했다. 그는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이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나는 그 외로움에 이끌렸고, 그에게 다가가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맹효빈, 그의 첫사랑이자 당시 아내였던 여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맹효빈을 향한 지독한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방황했다. 맹효빈은 촉망받는 디자이너였던 나조차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맹효빈이 돌연 희하를 버리고 떠났을 때, 박용락은 폐인처럼 변해버렸다. 그는 술에 절어 살았고, 희하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 매일 밤 울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박용락의 옆에서 그를 위로했고, 희하에게는 따뜻한 엄마의 손길이 되어주었다.
어느 날 밤, 박용락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나를 찾아왔다. "우아... 효빈아... 가지 마..." 그의 입에서는 내 이름 대신 맹효빈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의 눈빛 속에서 맹효빈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을 보았다. 그는 나를 맹효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격렬하게 키스했다. 그 순간, 나는 이성적인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그가 나를 원한다고 착각했고, 그의 품에서 맹효빈의 그림자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하룻밤의 실수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다음 날 아침, 박용락은 냉정하게 나를 밀어냈다. "심우아 씨, 어젯밤 일은 없던 일로 하죠. 당신도 원하는 바가 있었을 텐데, 서로 실수한 겁니다." 그의 차가운 말은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나는 그저 하룻밤의 유희에 불과했다. 맹효빈의 대체품으로 이용당한 것이다.
하지만 한 달 후,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용락의 아이였다. 나는 박용락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책임감을 느꼈는지, 나에게 결혼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사랑 대신 죄책감만이 가득했다. 우리는 그렇게 형식적인 결혼을 했다. 박용락은 희하에게 내가 새엄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하는 처음에는 나를 거부했지만, 나의 끊임없는 노력과 사랑에 점차 마음을 열었다.
희하가 태어났을 때, 박용락은 그 아이에게 '박희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기쁨을 희(喜), 여름 하(夏)'. 여름처럼 밝고 기쁨이 가득한 아이가 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박용락이 희하를 보며 맹효빈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희하는 맹효빈과 박용락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으니까. 나는 늘 그들의 그림자 속에 갇혀 살았다. 박용락은 나를 아내로 여긴 적이 없었다. 그는 나를 그저 희하의 양육자이자, 맹효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왜요? 제가 그렇게도 싫었나요? 저를 그렇게도 혐오했나요?" 비참한 질문이 맴돌았다. 나는 그에게 진정한 아내이자 어머니가 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의 삶에 끼어든 불청객일 뿐이었다.
그리고 7년 후, 맹효빈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희하를 버리고 떠났던 과거는 잊은 채, 희하에게 접근하며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박용락은 맹효빈이 돌아오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맹효빈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고, 희하는 맹효빈을 '엄마'라고 부르며 따랐다.
나는 그들을 막아보려 애썼다. "용락 씨, 당신은 희하의 아빠예요! 맹효빈 씨는 희하를 버리고 떠났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나는 박용락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박용락은 차갑게 말했다. "심우아, 당신은 희하의 엄마가 아니야. 희하에게는 친엄마가 필요해. 당신은 거기까지야."
희하도 나를 외면했다. "이모는 엄마가 아니잖아요! 왜 자꾸 엄마인 척해요? 엄마가 돌아왔는데, 이모는 이제 필요 없어요!" 희하의 말은 나를 철저하게 짓밟았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그 아이는 나를 이렇게 쉽게 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애원했다. "희하야, 용락 씨. 제발... 나에게서 희하를 뺏어가지 마세요... 희하는 내 아들이에요..." 나는 울부짖으며 그들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마치 벌레 보듯 했다. 희하는 박용락의 품에 안겨 나를 노려봤다. "이모, 제발 좀 꺼져요! 아빠랑 엄마가 다시 결혼해야 한다고요! 왜 맨날 우리 행복을 방해해요?"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비수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나는 그들의 눈빛 속에서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박용락의 사랑을 갈구했고, 희하에게서 엄마로서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들의 편리한 도구였을 뿐이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내가 7년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