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권현석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에게는 사랑의 행위가 마치 화풀이 같았다.

하지만 납치 당했을 때 무심했던 그의 태도를 잊을 수 없던 김지완은 끝까지 피하려 했다.

권현석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김지완, 지금 내 인내심 테스트하는 거야? 그만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김지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김지완은 하체의 아픔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권현석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김지완의 허리를 잡은 다음 애무를 계속했다.

늘 그랬듯 관계가 끝나면 곧바로 떠날 것이라 김지완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권현석은 그녀의 머리를 베개 쪽으로 누른 채 또다시 강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조금씩 절정에 도달하려 할 때 그는 입을 열었다. "또 이런 일 생기면 진짜 끝이야."

그의 행위를 도무지 견딜 수 없었던 김지완은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납치범들의 질문이 계속 꿈속에서 쫓아다니며 그녀를 괴롭혔다. 꿈 속에서 김지완은 권현석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납치범은 그녀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다.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김지완은 잠에 깼다.

베개와 이불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샤워하기 전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그녀는 아침 식사를 한 뒤 차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예원 씨, 사무실 정리 다 끝났습니다!"

김지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앞을 살펴 보았다.

검고 긴 생머리에 우아하게 차려 입은 한 여자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늘 권현석의 뒷모습에 가려져 있던 허예원의 얼굴을 똑바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체 권현석이 저 여자의 어떤 점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호기심이 일었다.

허예원도 김지완의 시선을 느꼈는지 뒤돌아 섰다.

그 순간 김지완은 깨달았다.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지완이 밝은 햇빛과 같다면 허예원은 고요한 달빛과 같은 여자였다. 도무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그때 옆에서 동료가 김지완에게 말을 건넸다. "아, 인사하세요. 이쪽은 허예원 씨예요. 예원 씨, 이쪽은 김지완 씨라고 해요."

허예원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반갑게 인사했다. "김지완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방문은 실례 아닌가요, 허예원 씨?" 김지완은 차갑게 대답했다.

비꼬는 말투에 허예원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현석 오빠가 데려왔지 뭐예요. 죄송해요."

하지만 전혀 미안한 말투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빠라니? 친숙한 표현에 김지완은 심기가 거슬렸다.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느낀 동료는 바로 밝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부로 허예원 씨는 마케팅 부서 부장직으로 오셨어요. 지완 씨와 같은 직책이에요. 다만 권 대표님께서는 예원 씨께 직접 보고를 받을 거라고 말씀하셨으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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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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