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하은은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기 전, 김신우는 그녀를 유명 연예인들이 다니는 샵으로 데려가 스타일링을 받게 했다.
서하은은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김송이에게 대체 결혼 소식을 말할까, 말까?' 만약 김송이에게 알린다면, 김송이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일을 김송이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김송이는 더 분노 할 것이다.
서하은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 김송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송이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하은 언니, 지금 어디야? 내가 아빠 카드를 훔쳐서 언니의 오빠 병원비를 냈어. 그러니까 제발 내 새엄마가 되어줘."
서하은은 황급히 휴대폰을 가리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 창문 앞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빠 카드를 훔쳤다고? 빨리 원래 자리에 갖다 놔. 네 아빠가 또 너를 한 달 동안 출근하지 못하게 할지도 몰라."
김송이는 이제 20살이고 막 성인이 된 그녀는 회사의 가장 어린 모델이다. 서하은은 김송이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두 사람은 말 못할 고민도 서슴없이 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매우 좋았다.
최근 김송이는 그녀더러 자신의 새엄마가 되어달라고 계속 졸랐지만, 서하은 정말이지 도와 줄 수 없었다.
김송이는 울먹이며 애교를 부렸다. "싫어! 제발 부탁이야 하은 언니, 언니도 내가 악독한 새엄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이복동생한테 재산을 빼앗겨 길거리에 나앉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잖아..."
서하은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지금 김송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김송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김신우가 준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일단 김신우에게서 돈을 빌리는 셈 치고 나중에 천천히 갚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씁쓸한 감정을 뒤로하고 김송이를 위로했다. "송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급한 일을 마무리하면 함께 방법을 찾아 보자."
VIP 접대실.
소파에 앉은 김신우는 차분하게 커피를 마셨다.
스타일링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김송이는 김신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다가갔다. "아빠! 아빠가 왜 여기에 있어? 아빠는 소개팅 할 때도 꾸미지 않잖아."
김신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인신고 하려고."
"뭐?" 김송이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누구랑? 뭐하는 여자야!? 몇 살인데? 아빠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자 아니야?"
김신우는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않았다. "그 여자는 돈이 필요하고, 나는 돈이 많아. 잘 어울려."
김송이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다. "몰라! 난 반대야! 아빠는 내 절친과 결혼해야 해! 내 절친은 똑똑하고 능력도 있고, 나한테도 잘해 준다고!"
김신우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거절할게."
김송이는 바로 협박했다. "아빠! 정말 그 여자랑 결혼하기만 해봐! 1주일도 안 돼서 그 여자를 우리 집에 들어 올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괴롭힐 테니까!"
"훔쳐간 내 카드나 돌려줘." 김신우는 눈을 들어 김송이를 쳐다봤다.
김송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울상을 지으며 김신우를 설득했다. "아빠, 새엄마들이 전처의 자녀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어떻게 나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혼할 수 있어?"
그때, 서하은이 계단을 내려왔다.
그녀의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가 어깨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부드러우면서도 깨끗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신우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가 직접 고른 드레스는 서하은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김송이는 서하은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하은 언니!"
"송이야!" 서하은도 역시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김송이가 왜 김신우의 곁에 있는지 몰랐다.
'설마 김신우가 김송이의 오빠일까?'
김신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두 사람 아는 사이야?"
"응, 내 절친이야." 김송이는 자랑스럽게 김신우에게 서하은을 소개해 줬다.
김신우는 잠시 멈칫했다.
전에 김송이는 그의 앞에서 여러 번 자신의 절친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송이가 절친과의 식사 자리에 그를 초대할 때마다, 그는 번번히 거절했다.
만약 그가 일찍 김송이의 초대에 응했다면, 서하은이 일찍 그와 결혼 했을지도 모른다.
서하은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하고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김송이의 곁에 선 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송이야, 미안해. 김 대표님이 돈을 너무 많은 돈을 주셔서, 김 대표님과 결혼해야 할 것 같아."
김송이는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줬는데?"
서하은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오빠 병원비 10억을 대신 내주고, 매달 나한테 최소한 2억씩 주기로 했어."
김송이는 갑자기 화를 내며 김신우를 노려봤다. "아빠! 왜 내 용돈은 매달 많아야 2억인 건데!?"
"아빠?"
서하은은 자리에 멈춰 서서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김송이는 서하은의 손을 잡고 김신우에게 다가갔다. "하은 언니, 언니가 말한 김대표가 내 아빠야. 37살 골든 싱글남이지."
서하은은 김신우를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김 대표님."
'이럴 수가! 나랑 잔 사람이 절친의 아빠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