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불과 반나절 만에 나은별은 50명이 넘는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가족을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든, 변인봉의 부인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든, 이유는 상관 없었다. 서둘러 남편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가벼운 관계나 돈만을 노리는 남자들을 제거한 뒤에, 그녀는 괜찮아 보이는 남자들과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음 날, 카페에 있던 것은 나은별 혼자였다.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바람 맞혔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나은별은 다른 데이트 앱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안녕? 또 보네요."
그녀가 계정을 만들고 있던 도중, 갑자기 귓가에 매력적이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그녀의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나세진이 그날 밤에 고용한 호빠, 최한결이었다. 나은별의 뺨은 순식간에 진홍빛으로 물들었다.
"혼자에요? 같이 앉아도 될까요?" 최한결이 물었다.
"아니요." 나은별이 대꾸했다.
그녀의 거절에도 당황하지 않은 듯 최한결은 우아하게 그녀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남편 구하신다면서요?"
나은별은 조심스레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죠?"
최한결은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미 하룻밤 함께 한 사이인데, 나는 어때요?"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신을 바람 맞힌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커져가는 의심에 눈살을 찌푸렸다. "나세진이 시킨 거죠?"
최한결은 눈썹을 치켜 떴다. "나세진? 그건 누구죠?"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당신의 고용주잖아요! 나랑 결혼하면 얼마를 더 주겠다고 하던가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사람인가?
그녀의 말투에 담긴 혐오감을 알아차린 최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무튼 좋은 사람은 같지 않네요." 나은별은 경멸 섞인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탁 놓았다. "이거면 커피값은 충분하죠. 가서 나세진에게 전해요. 나를 호구로 여기지 말라고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일어나 자리를 뜨려 했다. 그와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 남자를 지나치는 찰나, 그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서 뒤로 당겼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잠시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어느 샌가 남자의 품 안에 안겨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있는 그의 손 때문에 떨어질 수도 없었다.
"미친, 빨리 이거 놔!" 나은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최한결은 그날 밤처럼 그녀에게서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 그의 눈빛은 천천히 어두워졌다.
사람들에게 게이로 불리울 정도로 전에 그는 여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의 향기가 그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에 불을 지폈다. 귀신에 홀린 듯, 그는 그녀를 밀어내는 대신 오히려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날 밤 당신이 만난 사람이 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가 말했다.
나은별은 당혹스러운 마음에 말했다. "무슨 소리죠?"
"그때 당신이 약을 먹은 뒤에, 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숨어 있었어요. 만약 내게 접근하지 않았더라면 부끄러운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겠죠."
나은별은 순간적으로 망치에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 뭐라고요?"
대답 대신 최한결은 휴대폰을 꺼내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못 믿겠어요? 직접 봐봐요."
나은별은 마지 못해 휴대폰을 들었다. 호텔 복도의 감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그녀는 한쪽 구석에 숨어 카메라를 손에 든 중년 남성이 그녀를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그때, 최한결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고,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 둘이 호텔방에 함께 들어가고 나서야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자는 자리를 떴다.
나은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세진은 그녀에게 약을 먹였을 뿐만 아니라, 강간범까지 고용했던 것이다.
만약 영상을 찍기라도 했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일이었다.
"나세진이 보낸 게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그날 밤에 호텔에 있었던 거죠? 내 기억으로는 변인봉이 호텔 전체를 예약해서 초대장 없이는 들어올 수 없었는데."
최한결의 눈이 순간 움찔했다. 그 호텔의 펜트하우스는 그에게만 개방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변인봉이 호텔 전체를 예약한 것은 맞지만, 최한결의 펜트하우스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그날 밤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호텔로 향했던 것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나은별은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불쑥 말했다. "혹시 돈 많은 여자라도 꼬실 생각이었어요?"
최한결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상상력이 참 대단하시네요!"
나은별은 깜짝 놀랐다.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뭐, 어쨌든 상관 없어요. 따라오세요."
최한결은 눈썹을 으쓱였다. "어디로 가는 거죠?"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죠? 시청으로 갈 거예요. 곧 퇴근 시간이니까 서둘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