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그래. 그 사람이야. 네 아버지가 그 사람이 나은별에게 관심 있다고 하더라. 며칠 뒤에 집으로 와서 결혼에 관해 얘기할 거야." 강정아가 말했다.

"아버지가 정말 그렇게까지 하실까요? 나은별을 변인봉에게 준다니?"

강정아는 미소를 지었고, 눈빛은 반짝였다. "네 아버지 사업이 지금 엉망이야. 변인봉은 현금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도 있어 보여. 회사를 위해서라도 이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거야."

"헐, 대박!"

나세진이 흥분하는 동시에 질투를 참을 수 없었다.

나은별, 여우 같은 년! 안승준을 막 잃은 지금, 변인봉 같은 돈 많은 노인의 시선까지 사로잡다니?

나세진은 나은별의 매력적인 미소를, 그녀의 얼굴에서 싹 지워버리고 싶었다.

이 모든 말을 들은 나은별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뒤로 몇 걸음 터덜터덜 물러섰다.

어젯밤의 그 남자가 나세진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라니?

그리고 지금 그녀의 아버지가 돈을 위하여 친딸을 변인봉과 같은 늙은 남자한테 시집 보내려고 한다니?

나은별은 그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파티에서 그는 느끼하고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봤었다.

그 남자에 대한 소문은 자자했다. 변태라고 하며, 많은 어린 여자들을 노리갯감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와 결혼하는 것은 인생이 끝장난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나은별의 아버지는 정말 친딸을 이런 지옥으로 떠밀 것인가?

나씨 그룹의 경영 상태가 좋았을 시절에도 그녀는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회사가 위기에 처하니 또 그녀를 희생하여 자기만 살겠다고?

절대 안 돼.

그녀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 그 결심과 함께 나은별은 그 누구의 시선도 사지 않으며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오후, 나은별은 안씨 그룹 밖에서 안승준을 기다렸다.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안승준은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듯 그녀를 대했다. "내가 분명히 밝히지 않았나요? 나는 지금 세진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찾아오면 곤란합니다."

나은별은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온 것이었으나, 그의 차가운 말에 그녀의 입은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불과 1년 전, 두 사람은 함께 미래를 그리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지금, 안승준의 시선에 비친 그녀는 자기 언니의 남자친구를 빼앗아 가려는, 집착 심한 스토커에 불과했다. 그는 현재 나은별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아버지랑 새어머니가 나랑 이상한 남자와 결혼시키려고 해요. 당신 말고는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안승준은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나랑은 관계 없는 일 아닌가요?"

그 말 한마디는 나은별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마치 스스로가 우스운 꼴이 된 것 같았다.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문제가 생기면 계속 이 남자를 찾아가는 걸까?

"방해해서 미안해요. 이제 갈게요."

그녀는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해 몸을 돌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눈물이 뚝 뚝 흘렀다.

준아, 난 모든 노력을 다 했었어... 그러나 마치 커다란 벽에 막힌 듯, 통로가 보이지 않아.

만약 어느 날 네가 나를 다시 기억해 낸다면 지금의 내 연약한 모습을 탓하지 말길 바래. 너의 차가움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급히 달려가는 그녀를 바라보던 안승준의 이마에는 주름이 져 있었다. 그러나 나세진이 전화를 걸어 그를 저녁 식사 자리로 초대하자 그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20분 후, SNS에 한 구혼 광고가 게시되었다.

"저는 23살 여성에 키는 165cm, 몸무게는 45kg입니다. 현재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전병도 없고 나쁜 습관도 없습니다. 저희 가족은 금전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아버지는 작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저는 집과 차를 갖고 있습니다. 남편이 되어줄 믿을 만한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정직하고 친절하며 일을 열심히 하고, 안정적인 가정 출신이었으면 합니다. 마마보이나 알코올 중독자, 도박 중독자는 사절입니다."

한편...

수도의 한 고층 빌딩 사무실 안. 한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사장님." 그의 비서인 차민규는 정중한 태도를 취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젯밤에 사장님과 함께 있었던 여성분의 자료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한결은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오후의 석양이 잘생긴 그의 얼굴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빛났다.

차민규는 그에게 패드를 건네주었다. "그분이 온라인에 구혼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구혼 광고?"

최한결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광고를 천천히 살펴봤다.

"재미있네."

바로 오늘 아침, 그의 구혼을 거절하고 난 뒤에 남편을 찾는 공고라니?

그만큼 최한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인가?

회차 3

불과 반나절 만에 나은별은 50명이 넘는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가족을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든, 변인봉의 부인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든, 이유는 상관 없었다. 서둘러 남편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가벼운 관계나 돈만을 노리는 남자들을 제거한 뒤에, 그녀는 괜찮아 보이는 남자들과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음 날, 카페에 있던 것은 나은별 혼자였다.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바람 맞혔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나은별은 다른 데이트 앱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안녕? 또 보네요."

그녀가 계정을 만들고 있던 도중, 갑자기 귓가에 매력적이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그녀의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나세진이 그날 밤에 고용한 호빠, 최한결이었다. 나은별의 뺨은 순식간에 진홍빛으로 물들었다.

"혼자에요? 같이 앉아도 될까요?" 최한결이 물었다.

"아니요." 나은별이 대꾸했다.

그녀의 거절에도 당황하지 않은 듯 최한결은 우아하게 그녀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남편 구하신다면서요?"

나은별은 조심스레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죠?"

최한결은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미 하룻밤 함께 한 사이인데, 나는 어때요?"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신을 바람 맞힌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커져가는 의심에 눈살을 찌푸렸다. "나세진이 시킨 거죠?"

최한결은 눈썹을 치켜 떴다. "나세진? 그건 누구죠?"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당신의 고용주잖아요! 나랑 결혼하면 얼마를 더 주겠다고 하던가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사람인가?

그녀의 말투에 담긴 혐오감을 알아차린 최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무튼 좋은 사람은 같지 않네요." 나은별은 경멸 섞인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탁 놓았다. "이거면 커피값은 충분하죠. 가서 나세진에게 전해요. 나를 호구로 여기지 말라고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일어나 자리를 뜨려 했다. 그와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 남자를 지나치는 찰나, 그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서 뒤로 당겼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잠시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어느 샌가 남자의 품 안에 안겨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고 있는 그의 손 때문에 떨어질 수도 없었다.

"미친, 빨리 이거 놔!" 나은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최한결은 그날 밤처럼 그녀에게서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 그의 눈빛은 천천히 어두워졌다.

사람들에게 게이로 불리울 정도로 전에 그는 여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의 향기가 그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에 불을 지폈다. 귀신에 홀린 듯, 그는 그녀를 밀어내는 대신 오히려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날 밤 당신이 만난 사람이 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가 말했다.

나은별은 당혹스러운 마음에 말했다. "무슨 소리죠?"

"그때 당신이 약을 먹은 뒤에, 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숨어 있었어요. 만약 내게 접근하지 않았더라면 부끄러운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겠죠."

나은별은 순간적으로 망치에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 뭐라고요?"

대답 대신 최한결은 휴대폰을 꺼내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못 믿겠어요? 직접 봐봐요."

나은별은 마지 못해 휴대폰을 들었다. 호텔 복도의 감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그녀는 한쪽 구석에 숨어 카메라를 손에 든 중년 남성이 그녀를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그때, 최한결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고,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 둘이 호텔방에 함께 들어가고 나서야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남자는 자리를 떴다.

나은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세진은 그녀에게 약을 먹였을 뿐만 아니라, 강간범까지 고용했던 것이다.

만약 영상을 찍기라도 했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일이었다.

"나세진이 보낸 게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그날 밤에 호텔에 있었던 거죠? 내 기억으로는 변인봉이 호텔 전체를 예약해서 초대장 없이는 들어올 수 없었는데."

최한결의 눈이 순간 움찔했다. 그 호텔의 펜트하우스는 그에게만 개방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변인봉이 호텔 전체를 예약한 것은 맞지만, 최한결의 펜트하우스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그날 밤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호텔로 향했던 것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나은별은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불쑥 말했다. "혹시 돈 많은 여자라도 꼬실 생각이었어요?"

최한결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상상력이 참 대단하시네요!"

나은별은 깜짝 놀랐다.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뭐, 어쨌든 상관 없어요. 따라오세요."

최한결은 눈썹을 으쓱였다. "어디로 가는 거죠?"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죠? 시청으로 갈 거예요. 곧 퇴근 시간이니까 서둘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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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결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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